기발하고 발찍한 상상. 이 작품을 통해 떠오른 생각이다. 예술가들은 새로운 것을 감동으로 승화시키는 사냥꾼이다. 작품의 기법과 배경은 한국적이지만, 소재는 2000년 전 베들레헴 아기 예수의 탄생을 그려내고 있다. 한국 전쟁의 그늘 아래에서도 희망의 소재를 통해 가장 어두운 시기에 불을 밝히던 사람. 운보 김기창 (1913~2001)이다. 그는 우향 박래현의 남편이기도 했다. 모태로부터 이어져 온 신앙은 불청과 어눌한 말의 굴레를 이겨낼 수 있는 기초석과 같은 것이었다.
1950년 6.25가 발발하자 처가가 있는 전북 군산 구암동 390번지로 내려와 살게 되었다. 1952년 이곳에서 선교사의 권유로 한국 풍속화 형태의 ‘예수의 일생’ 30여 점의 성화를 완성하여 군산은 향토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이 되었다. 이렇게 운보는 한 해에 걸쳐서 ‘수태고지~부활 승천’을 선보였다.
전쟁 암흑기에 예수 일생의 메세지를 통해서 과거 속에 죽은 예수가 아닌 현재 우리의 고단한 삶을 위로할 예수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예수의 탄생은 2000여 년이 지났고, 운보가 남긴 작품 역시 70여 년이 지나갔다. 그러나 현재 우리 시대의 고단함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늘 만나는 ‘아기 예수의 탄생’ 작품을 통해
“겨울과 같은 추위와 만나도 위로가 되시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더욱 위로가 되시라.”
이것이 한 화가가 남긴 무언의 위로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