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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이 하는 걸 오른손이 모르게’
글 : 채명룡 / ml7614@naver.com
2023.12.22 16:27:02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무료급식소 운영 10, 이영만 목사(햇빛교회)

 

배고픈 이들에게 밥은 하나님이자 예수님

 

배고픈 이들에게 한 끼의 밥은 하나님이고 예수님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데국민소득 3만 불을 넘어선 나라에서 밥 먹기 힘든 사람이 넘쳐 난다니 믿어야 할까.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이다. 알콜 중독자, 노숙자는 물론, 하루 한 끼 밥 먹을 데조차 없는 외로운 어르신들이 한 두 분이 아니다.

매주 수~금요일 오후 5시가 넘어서면 중앙로 221번지(단층 상가)와 미원동 267번지(가설 건축물), 두 곳의 무료급식소에는 약 15~20, 30~40명이 찾아와 한 끼의 밥을 먹는다.

찬모 봉사를 하는 권사님 두 분이 따뜻한 밥을 지어 그 날 그 날 만든 두어 가지 반찬을 곁들여 내고 있다. 배고픈 이들에겐 나랏님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은 밥상이다.

밥 먹을 데조차 없는 분들에게 밥을 먹이고 재워 주자고 시작한 무료급식소였다. 벌써 10년 세월이 흘렀다. 이처럼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지,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게 참 봉사이다.

 

햇빛식당이라 부를까(?),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부자는 30%, 먹을 만큼 사는 사람도 30%, 나머지 40%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하자는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지요.”

모두가 어렵고 힘든 요즈음.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그리운 시절이다. 그러나 손을 내민다는 것과 손을 붙잡는 다는 것. 그 단순한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중앙로 급식소는 해신동사무소 사거리 건너편, 미원동 급식소는 예전 박외과 건물 뒤편에 자리를 잡았다.

천영옥 권사님(77) 김영자 권사님(78) 두 분이 급식 날 매일 오후 1시 경에 나와 반찬을 만들고 있다. 예순 넘어 반찬 봉사를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허리가 더 굽었다. 두 분이 중앙로에서 만든 음식을 나눠 미원동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일주일에 4차례씩 밥을 차려주는 일, 나이 들어가는 할머니들에게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이영만 목사(햇빛교회, 69), 박보남 사모(64)와 함께 주변 도움 없이 아끼고 절약하면서 운영하여 온 행복한 밥집이다.

수요일~금요일 오후 5, 그리고 주일 점심에만 문을 여는 밥 집. 굳이 이름을 짓자면 햇빛식당이라고 할까(?)

 

교회를 앞세운다는 소리 들을까 걱정

 

이렇게 어렵고 힘든 분들이 이들 뿐이랴, ‘세상에 나가 한 끼의 밥이라도 챙겨보자.’고 결심하고 나선 일이었지요.”

이 목사(햇빛교회) 또한 힘에 부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기꺼이 봉사해왔고, 그들이 함께 하는 한 힘닿는 데 까지 무료급식소를 운영할 생각이다.

교회를 앞세우지 않는다는 게 어려운 일이었지만 왼손이 하는 걸 오른손이 모르게 한다.’는 말씀대로 살기로 했다. 목회자가 교회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이런 일을 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그는 10년 넘을 동안 오늘처럼 봉사자의 길을 묵묵히 지켜왔다.

그러나 어렵고 힘든 사람이라고 눈치마저 없을까.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들은 누가 하는지, 왜 하는지이심전심으로 다 안다. 오랜 시간 밥상에 모여 앉아 밥을 나누어 온 정이 있기에 그렇다.

목회를 시작하고 나서 노숙자. 알콜 중독자 등등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한 끼의 밥이라도 먹이고 재워주어야겠다.’, ‘냄새가 많이 나는 분들도 있어서 목욕탕도 하나 만들어서 씻겨주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허름하지만 따뜻한 가슴들이 모여 사는 곳.

해신동사무소 앞에 자리 잡은 무료급식소는 지난 10년을 발판으로 앞으로 10년을 더욱 알차게 가꾸어 가리라.

 

기분이 좋아지는 고난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처음엔 60~70명이 오셨는데 밥을 드시는 모습을 모니 정말로 기분이 좋더라고요.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서 음식을 만들고 그 분들이 오셔서 식사하는 걸 바라보는 일, 그게 바로 보람이었지요.”

무료 급식을 시작하려고 할 때 적당한 장소가 없어서 교회에서 하려고 했다. 그런데, “밥 한 그릇 먹여주고 예수 믿으라고 한다.”라는 소리를 들을까 싶어 영화동과 명산동을 돌아다니며 급식소 만들 곳을 알아봤다.

이상한 일이었다. 서로 이사 가고 이사 오는 게 몇 달 차이가 나거나, 월세가 많이 들어가는 등 이상하게 건물을 얻는 일이 어긋났다.

어느 날 양말을 전문으로 팔던 가게에서 연락이 왔다.

그 상가 주인이 집을 내놓는다고 찾아왔더라고요. 내심 월세 30만 원 정도면 집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보증금 5백에 20만 원만 내라는 거였어요. 얼른 계약했죠.”

지난 2014513일의 일이다. 고난의 과정이었지만 모두가 하나님의 섭리라고 믿는다.

그 날 이후 10년을 넘어 지금은 11년을 향해 달려가는 셈이다. 가다 보면 고난의 시간들이 닥치겠지만 기분 좋게 받아들이려고 마음먹었다.

 

조용하게 봉사자의 길을 갈 것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노인들이 급식소를 자주 찾았는데 세월이 더 지나다 보니 요양병원에 가시거나 거동이 불편해서 집에서 쉬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급식 반찬을 만드는 봉사자들 또한 나이 드셔서 힘들다. 조금 젊은 분이 반찬 만드는 찬모를 자원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뜨내기들이 음식 투정을 하면서, “정부나 군산시 등 기관에서 돈을 받아쓰면서 고기는 안 주고 풀만 준다.” 라는 소리를 간간이 했다. 누가 도와줘서 하는 일이 아닌데 섭섭하기도 했다. 그러나 말씀대로 묵묵히 걸어왔다.

어디서 도와줘서 식사 대접하는 일이 아닙니다. 교회에서 안 먹고 안 쓰고 모아서 여러분들에게 봉사하는 일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음식을 만들어 드리는데 간혹 맛이 없거나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넓게 이해하기 바랍니다.”라고 대답해 드렸지요.

이럴 때 힘이 쭉 빠지기도 했지만 많은 숫자는 아니더라도 그를 믿고 따르는 분들이 있기에 견뎌냈다.

여기를 찾는 분들이 제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 줄은 모르겠으나 여기서 먹는 밥이 가장 맛있다.’ 라는 소리를 종종 하더라고요.” 이렇게 말하는 이 목사의 얼굴이 밝게 펴졌다.

먼저 손을 벌린 적은 없으나 바로 앞의 정육점에서는 각종 고기류를 1년 넘게 후원해주고 있다. 생선이나 음식 재료 등 식재료를 후원하는 분들도 늘어났다. 앞으로 후원하는 분들이 더욱 늘어 나리라고 본다.

동사무소와 통장 등 몇 분이 시민의 장을 추천해준다고 했으나 낯 내고 싶지 않아서 정중히 거절했어요. 얼굴 없는 봉사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하지 누가 알아 달라고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지요.”

 

무료로 급식소를 운영한다는 것은 스스로 만족하고 위안을 삼는 일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꾸준히 가야만 하는 봉사자의 삶. 목회자이자 급식소 운영자로써 짊어져야 할 숙명을 지고 그는 오늘도 급식소 문을 열고 있다.

어렵고 힘든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무료 급식소 후원 문의는 (010-3166-7291/010-2667-72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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