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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생연분 수필가
글 : 박세원 / hamp38@hanmail.net
2023.12.22 16:18:11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황혼에 등단한 강이례(87김종기(91) 부부

 

그녀 또한 꿈 많은 청춘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시 준비생인 신랑을 만났고, 12명의 식솔을 거두며 생전 해보지 않았던 농사일과 집안일로 허덕이면서 몸은 지쳐만 갔다. 살림하는 여자로 일생을 보내왔던 그녀였다.

속절없는 세월 앞에서 신문, 잡지, 책 한번 구경하지 못한 채 나이만 들어갔다. 우연한 기회에 군산노인종합복지관 구불길 문예반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 먼저 등단한 부인이 감염되자 남편이 종종 문학 강좌에 동행하곤 했다. 남편은 공무원으로 퇴직한 지 25년이 지나서 당시 86세의 나이로 공인중개사 시험에 최고령 합격하였던 분이다.

강좌에서 글쓰기에 도전해 보시라는 권유가 있었고, 남편은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도 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수필집 털실로 만든 옷으로 등단하게 된 강이례(87), 국내 최고령의 나이로 등단한 김종기(91) 어르신 부부의 이야기이다.

 

인생 황혼에 다시 피어난 문학소녀의 꿈

 

꿈 많은 여고 시절, 문학소녀를 꿈꾸었던 적이 있는가. 가정주부이자 내조하는 아내로써 평생을 집에만 박혀있던 할머니의 뒤늦은 수필 공부. 까마득한 기억의 저편에 희미하게 간직되었던 활자에 대한 갈망이 시작되었다.

일주일에 2시간 진행되는 문예반 수업을 들으며 생의 끄트머리에서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건져 올렸다. 속절없는 세월 앞에서 너무 늦게 시작한 글공부지만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다.

80년 세월, 여자이자 아내 그리고 어머니의 소임을 다하느라 묻혀 질 뻔했지만, 인생의 황혼길에서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되었다. 나이를 망각한 채 문학 공부에 푹 빠져 있는 그녀.

지난 2021년 수필과 비평(233)에 등단하게 된 그녀. 황혼의 나이 87세의 일이다. 최근에는 그동안 썼던 소중한 글을 모아 수필집을 펴내 작가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한 여인네에서 작가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수필을 자기 고백이요, 체험과 경험의 글이라 한다. 그러면서도 글 속에 메시지가 담겨야 하고 형상화를 원한다. 이에 반해 강이례 수필가의 글은 자서전 형식이지만 그 내용이 진솔하고 생명력이 있어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부창부수’, 91세 남편의 수필가 도전 그리고 등단

 

부창부수란 말은 이런데 쓰는 말이었는가 보다. 놀라운 일은 아내의 문학소녀도전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내의 등단 소식에 자극을 받았는지 91세가 된 남편 또한 문학강좌에 열심이었다. 바쁘게 사느라 잊혀진 시간들. 지나간 날의 경험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삶의 일부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글.

한글의 국문법도 현대화에 따라 달라져 있어 맞춤법도 틀리고 글도 잘 써지진 않았지만 살아온 세월에 대해 뭔가를 쓰고 싶다는 갈망이 불타올랐다.

아내가 등단한 잡지(262)까마중이라는 수필로 등단하면서 국내 최고령의 문학인으로 등록되었다.

등단작 까마중귀한 까마중 군락지가 굴착기로 파헤쳐져 흙더미 속에 뒹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우리의 소중한 것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진솔하게 드러낸 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표현력도 주목을 끌었다. 삶에 대한 건강한 열정과 시들지 않는 창작 의지에 대하여 응원을 받기도 하였다.

어르신은 등단을 계기로 더 사색하고 성찰하는 감동의 글을 써서 수상에 어긋나지 않게 하겠다.”라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 인생 100세 시대를 함께 간다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제 황혼은 눌러 앉아만 있는 게 아니라 삶의 의미를 하나씩 더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현재 91세의 남편 김종기씨와 87세의 부인 강이례 어르신의 수필가 등단 소식은 군산 지역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두 분은 글 첫머리를 우리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다. 오늘도 군산노인종합복지관 수필창작반 군산 구불길 문우회 회원으로 문학 수업을 들으며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어르신 부부.

탁구동아리 등록번호 36번 선수, 수요일의 여인(매주 수요일 무료급식 19년 동안 봉사), 한국무용반에서도 장형이라 불리는 그녀, 매일 텃밭에서 식물과 대화를 나누는 부부. 요즈음은 탁구장에서 힘차게 탁구 치는 두 분을 만나 뵐 수 있다.

흐르는 세월을 거스르지 아니하고 분주히 살아오면서 문학과 발맞추어 작가로 등단하신 어르신 두 분은 늘 손잡고 다니면서 재치 있게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천생연분이란 이런 분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지난 시절, 아등바등 사느라 못다 이루었던 꿈들을 하나씩 이루어가는 모습에서 원로의 품격을 본다. 그들의 식지 않는 삶의 열정과 내재된 집념에 고개가 숙여진다. 진정성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온 몸으로 보여주는 어르신 부부의 100세 장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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