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승조컬럼 매거진사색 : 유치원, 배움의 첫걸음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비리를 공개 하였다. 비리가 있는 사립유치원의 이름, 주소, 비리사항 등 세부정보까지 공개하여 많은 학부모의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감사기간은 2013년부터 2017년 까지 시도교육청에서 전국 유치원 6,153곳을 대상으로 실시하여 1,890곳의 비리를 적발하였다.
그리고 이 밖에도 감사를 받지 않은 감사거부 유치원도 있기 때문에 사립유치원의 비리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적정하게 사용하지 않아 적발된 비리의 내용을 보면 성인용품 구매, 명품가방구매, 휴대전화요금, 개인차량 주유비, 단란주점이용, 가족을 직원으로 채용한 것처럼 꾸미고 급여를 돌려받는 행위, 인테리어 공사를 일부만 하고 일부는 원장이 되돌려 받는 등 그 부적절한 비용의 집행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 아닐 수 없다고 한다.
정부는 2019년 3월1일부터 200명이 넘는 유치원의 경우 ‘에듀파인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하여, 정부의 보조금과 학부모의 부담금을 별도로 표기, 자금별로 개별적으로 세출예산을 편성하고 수입, 지출을 처리하도록 하게 하였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게 되면 유치원내 모든 자금에 대해 수입 및 지출내역을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3월4일 유치원 개원이 학습권을 침해하고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개원을 연기하는 전면 대응을 하고 나섰다.
그러나 연간 2조원이 넘는 정부 예산을 받아쓰는 유치원들이 개원을 연기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설득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막말로 그 동안 적발되었던 부정한 비용의 집행을 묵인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더 그러한 비용집행을 할 터이니 그것을 인정하라는 것인가?
한유총의 강경한 대응에 맞서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의 설립인가를 취소하고 한유총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져만 가는 형국이다. 리얼미터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49명에게 전화면접을 실시한 결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에듀파인’도입에 대해서는 매우찬성(47.4%), 찬성(33.6%), 반대(8.2%), 매우반대(6.5%), 유보(4.3%)로 조사돼 83.1%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찬성 여론이 우세했다. (출처:한국뉴스투데이)
이런세태와 아주다른 공자의 이야기를 잠시 살펴보면, “자왈, 자행속수이상 오미상무회언”(子曰 自行束脩以上 吾未嘗無誨焉)(述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마른 고기 한 묶음 이상을 가지고 와서 내게 예물로 바치는 자가 있다면, 내 일찍이 가르쳐 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 당시 스승이나 윗사람을 찾아가서 가르침을 청하는 사람은 반드시 폐백(幣帛)을 준비하는 게 예의였다 한다. 누구에게 찾아가느냐에 따라 준비하는 폐백도 다 다르다.
군주(君主)에게 갈 때는 옥(玉)을, 경(卿;장관급 이상)에게는 새끼 양을, 대부(大夫)에게는 기러기를, 사(士)에게는 꿩을, 공인(工人)이나 상인(商人)에게는 닭을 가져가야 했다. 이 관례대로라면 사(士)계급인 공자는 꿩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공자는 꿩 대신 속수(束脩)를 받는다. 수(脩)란 고기를 말린 포라는 뜻이며 속(束)은 그 포를 10개 단위로 묶은 것을 의미한다. 지금으로 보면 명절에 지인을 찾아갈 때 가지고 가는 참치세트 정도라고 한다.
이게 실로 파격 그 자체다. 예법(禮法)을 극도로 중시했던 공자를 생각하면 당근 예의에 맞는 꿩을 받아야 하건만 공자는 배우는 일에서만은 이 예법을 철저히 무시한다. 더구나 지식은 권력과 부(富)로 가는 입구가 아니던가. 이 문턱을 지식인 스스로가 대폭 낮춰 버렸으니 이 얼마나 파격적인 일인가. 지식은 특정 집단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상식을 깨고 나가는 발상이 공자의 말씀의 핵심이라 한다.(인터넷 옮김)
세상을 배우는 첫 배움의 장인 유치원에서 아이들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어른들의 욕심을 좀 내려놓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들도 어린이 였고 이 나라는 나중에는 그 어린이들의 나라가 될 것이니, 어른들은 배움의 순수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