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의 세상 엿보기>
집무실 이전 공약 신중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의 소통(communication)은 매우 중요한 역할은 한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지만, 그 실천 이념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뜻이 서로 통하지 않더라도,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통의 정치에 기반하여 국민과의 소통, 작게는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다양한 ‘소통의 정치’와 관련한 공약들을 내 걸지만 당선이후 이 공약들의 추진단계에서 여러 가지 제약과 한계로 인해 그야말로 ‘말뿐’인 공약에 머물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이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광화문 대통령 시대 개막’을 선언하며 주요 공약의 하나로 소통과 개방’을 위해 청와대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2년여 시간이 지난 후 보류결정이 내려졌다. 정부는 지난 1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전 보류 이유에 대해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면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의 주요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기 어렵고, 대통령 경호와 의전에도 어려움이 따라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국민에게 약속했던 주요 공약을 지키지 못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애초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었던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것은 대통령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우리지역 강임준 시장도 ‘시장실 1층 이전’을 공약으로 내 걸었다. 강시장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경쟁했던 다수의 시장 후보들도 ‘시장’이라는 권위를 버리고 시민에게 더 가까이 가고 소통하기 위해 ‘시장실 1층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취임 한 달도 안된 7월말께 시장실 이전을 취소했다. 강 시장은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와 1층 이전만이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 시장실 1층 이전 검토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 ‘시장과 시민의 소통’이 꼭 집무실이나 관저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참모들과 항상 정책을 토론하며 점검할 수 있는 집무 구조를 갖추는 일이지 집무실을 옮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권위적이며 폐쇄적이고 감추어진 집무실 구조가 아니라 투명한 집무실 구조를 갖추고 시민에게 더욱 가까이 가기 위한 소통의 정치를 실현하면 된다.
과거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업무를 보지 않는 시간에 시장실을 개방해 호응을 받은 적이 있다. 이처럼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조치를 취하면 된다.
과거 조선시대의 정치를 떠올릴 때 상대 당을 인정하지 않는 붕당정치와 당파싸움을 기억하지만, 기본적으로 공론화(公論化)를 통한 광범위한 소통정치를 중시했다. 조선시대에 있어 소통정치의 대표적 사례는, 정부 조직을 ‘합의제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제도화하였다는 것이다.
임금과 고위관료 간에 소통을 보장하는 경연제도(經筵制度)를 들 수 있다. 임금과 재상, 언관은 경연에서 토론과 심의를 통해 국정 사안의 공론화를 이끌어내고 합의에 의해 의사를 결정지었다. 경연제도는 절대군주인 임금의 독주와 일탈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도였다.
결국 시스템의 문제다. 시민의 소리에 경청하고, 주요 정책 결정사항에 대해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소통의 정치가 중요하다.
이유야 어떻든 시장이나 대통령은 처음부터 지키지 못할 공약, 말뿐인 공약을 내건 셈이다. 집무실을 옮기면 국민과의 소통이 잘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처음부터 너무 형식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