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새해축시
오, 찬란한 해오름이여
여울 김준기
해오름은
맑은 하늘을 타고 오지 않더이다
꼬리를 감춘 두 마리 용오름도
수평선 구름 능선 위로
춤추는 듯 꿈틀거리며 오더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덩어리를 입에 물고 오더이다
부딪쳐 부서질세라
마주보고 열기를 내품으며 달려옵니다
수평선 아래 가라앉은 듯 떠있는 듯
흔들거리는 붉은 여의주 하나 솟아올라
마침내 구름능선 위에 노니는 황금 여의주를 안고
눈부신 섬광으로 산산이 부서져
온 천지 공간으로 흩어지는 빛살 무리들
신화의 절정을 연출하는
대보름 달 만큼이나 큰 불덩어리 함께
새 아침의 해가 빚어내는
한판의 불꽃 잔치입니다
온갖 얼룩진 시간들과
온갖 상처로 멍든 가슴속 멍울들을
송진내 숨 막히는 횃불에 실어
불태우고 또 태워도
수평선 불꽃 잔치는 쉬이 멈추지 않더이다
미처 다가오지도 않은 액귀들의 형상과
언제 올지도 모르는 사랑의 요정들을
타오르는 열기에 띄우고 또 띄워 보내도
화려한 불꽃 잔치는 쉬이 멈추지 않더이다
합장하고 기도하는 두 손이 석고상이 되어도
해오름 불꽃 잔치는 쉬이 멈추지 않더이다
살아 꿈틀거리는 붉은 구슬 솟구쳐
불덩이 삼키듯 황금 여의주를 품으며
순간 눈이 멀도록 부신 빛으로
온 하늘 온 누리를 넘쳐 채운 다음에야
해오름 찬란한 불꽃 잔치는 안개서린 막을 내리더이다
아침노을은 저녁노을을 향해 하얗게 밝아오더이다
여울소리
다섯 해 동안 아침 저녁 바라보던 동해 대본 앞바다 해오름의 회상입니다. 해오름은 해넘이처럼 수평선 따라 목화꽃처럼 하얀 송이구름이 덮여 있을 때 장관을 이룹니다. 해는 두 마리의 용이 입에 문 여의주처럼 두 개의 불덩어리입니다. 하나는 수평선 아래 아직 떠오르지 않고 둥실거리는 붉은 구슬이요 또 하나는 벌써 구름능선을 타고 넘실거리는 금빛 구슬입니다.
한가위 경포대의 달이 여덟 개라는 어떤 시인의 마음으로 보면 이 곳 해오름의 해는 몇 개인지 셀 수가 없습니다. 횃불을 밝히고 떠오르는 새 해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모두 해가 담겨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