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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아니의 발길 닿는대로>
글 : 매거진군산 편집부 /
2017.10.01 17:02:32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종아니의 발길 닿는대로>

 

군산 지역 주민과 어부들이 선호했던 어류(2)

 

조선총독부 통계연보(1938)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군산 앞바다 어장(고군산군도 근해, 금강)에서 잡히는 주요 어류는 조기, 복어, 상어, 민어, 홍어, 뱅어, 갈치, , 삼치, 대구, 청어, 새우, 숭어, 병치, 오징어, 가오리 등 35종에 달하였다. 그중 일본인은 값비싼 민어, 준치, 뱅어 등을 먹었고, 조선인은 흔하고 값싼 갈치, 숭어, 아귀 등을 먹었다.

 

준치는 진어(眞魚)로도 불리었다. 진어는 '참다운 물고기'라는 뜻으로 뱅어와 함께 금강에서 많이 잡혔다. 뱅어는 멸치처럼 통째로 먹었다. 준치는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맛이 좋았으나 살에 가시가 많은 게 흠이었다. 오죽했으면 일본인들이 가시만 없으면 조센징 먹기는 아까운 생선이라며 한국인을 비하할 때 빗대어 말했을까. 광복 후에는 조센징촌놈으로 바뀌어 실소를 터뜨리게 한다.

 

1945~1961년까지 군산수협 공판장에서 위판한 주요 어종은 조기, 갯장어, 고등어, 서대, 병치, 농어, 도미, 갈치, 대구, 민어, 상어, 복어, 대하 등 22종이었다. 1964년 기록은 뱅어, 전어, 웅어 등이 추가되어 27종으로 늘었다. 1990년 통계는 강물 오염으로 뱅어가 사라지고, 주꾸미가 들어있어 눈길을 끈다. 그중 군산 지역 주민들이 즐겨 먹었던 조기, 아귀, 홍어, 상어, 대하, 갈치, 꽃게, 우럭, 물매기, 망둥이, 박대, 황석어 등을 소개한다. 오늘은 꽃게 우럭, 물매기에 대해 알아본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꽃게장

 

꽃게는 갑각강 십각목 꽃게과로 분류된다. 충청도에서는 꽃그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전 해역에 분포하며 수심 20m~30m의 모래나 모래진흙 바닥에 서식한다. 갑각은 초록색을 띤 연한 청색이거나 짙은 청색이고, 집게다리에는 보라색 바탕에 흰점 무늬가 있다. 포란기는 58월이며, 최대 갑각 나비는 20cm 정도이다.

 

게는 등과 배가 단단한 딱지에 싸여 있고, 사는 곳에 따라 바닷게와 민물게로 나뉜다. 꽃게, 꽃발게, 농게, 도적게, 달랑게, 바다참게, 털게, 대게 등이 바닷게에 속한다. 민물게는 참게, 방게 등이 있다. 삶거나 구우면 껍질이 빨갛게 변하는데 이는 새우와 마찬가지로 카로티노이드 색소인 아스타크산틴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꽃게는 산란기를 바로 앞둔 것이 알이 꽉 차서 맛이 가장 좋다. 정월부터 봄까지는 암게 9월부터 12월까지는 수게가 맛있다는 말도 산란기에서 연유한다. 꽃게를 고르는 요령은 첫째 손으로 들어 보아 묵직한 놈이 알이 차서 맛도 좋다. 껍질이 둥근 것은 암놈이고, 삼각형으로 뾰족한 것이 수놈이다.

 

살아서 움직이는 게는 간장게장을 담아 먹을 때 좋고, 죽은 게는 무젓’(양념무침)을 해먹을 때 좋다. 살아있는 게만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한데 잘못된 선입견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싱싱함을 보장은 하지만, 수조 탱크에서 며칠씩 고생하면서 살이 빠진 꽃게보다, 잡자마자 곧바로 죽어서 그날로 어시장에 나온 게가 값도 저렴하고 맛도 좋다는 것이다.

 

특히 밥도둑으로 알려지는 군산의 꽃게장은 모든 연령층에서 인기를 끌면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향토음식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짜지 않게 담그므로 자칫하면 비릿하고 떫은맛이 나는데, 군산 꽃게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 비밀은 감초, 고추씨, 황기 등의 적절한 배합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추억의 음식이 된 '우럭 대가리탕'

 

우럭은 양볼락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조피볼락으로도 칭한다. 주로 횟감으로 이용하며 매운탕으로도 즐겨 먹는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가정에서 반찬으로 사용할 만큼 흔하지도 않았다. 횟집이나 생선 전문 식당 메뉴판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육질이 고소하고 졸깃해서 미식가들에게 사랑받는 우럭이 일반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는 군산 해망동 횟집 단지가 호황을 누리던 1970년대 후반으로 알려진다. 당시에도 농어, 광어, 도미 등에 밀려 대접을 받지 못하다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외식문화가 확산하면서 횟감이 달리기 시작하는 1980년대 중반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다.

 

미식가들은 60~70년대에도 국물이 얼큰하고 개운한 우럭 대가리탕을 즐겨 먹었다. ‘우럭 큰놈 대가리는 참조기 한 마리하고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어두일미(魚頭一味)라는 말처럼 어른 주먹보다 큰 우럭 머리만 넣고 걸쭉하게 끓여낸 대가리탕은 산뜻한 국물 맛도 일품이지만 뼈를 발라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우럭 지리탕'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에는 복지리탕을 으뜸으로 쳤는데, 언제부터인지 우럭 지리탕 애호가들이 나타났다. , 마늘 등 간단한 양념만 넣고 끓이다가 굵은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면 맑은 우럭 지리탕이 된다. 국물이 깔끔하고 개운해서 애주가들에게 숙취 해소 음식으로 더욱 사랑받는다.

 

주독과 숙취 없애주는 '물메기탕'.

 

물메기는 쏨뱅이목 꼼치과에 속하며 한국, 동해, 일본, 쿠릴 열도 등의 북서 태평양에 분포한다. 몸이 유연하고 피부와 살이 연하며 몸은 길고 측편 되어 있다. 눈은 작으며 머리 등 쪽에 치우쳐 있다. 동해안에서는 곰치서울과 일부 지방에서는 물텀벙이로 불린다. 50~60년대에는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어부들이 귀찮아하며 버렸던 생선이었다.

 

물메기는 보기에 흉하게 생겼으나 숙취 해소에 탁월하고 저렴해서 서민들이 즐겨 먹었다. 물메기탕은 째보선창 선술집 술국으로 시작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겨울 생선으로 지질 함량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탕이나 국을 끓이기도 하고 말려서 술안주로 먹기도 하였다. 철분과 칼슘 함량도 높고 부종과 이뇨작용에 좋아 보양식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물메기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50~60년대에도 시원한 국물을 좋아하는 어부들은 작업을 하면서도 몇 마리씩 보관했다가 해풍에 꾸둑꾸둑하게 말려 무를 나박나박 썰어 넣고 해장국을 끓여 먹었던 것을 보면 진정한 미식가는 어부들이 아닌가 싶다. 당시 어부들은 물메기는 탕이나 국을 끓였을 때 껍질째 후루룩 마셔야 맛을 제대로 느낀다고 하였다.

1980년대 이전까지도 애주가 남편을 둔 주부나 부둣가 대폿집 주모들이 해장 술국으로 내놓으려고 몇 마리씩 구매하는 정도였지, 시내에는 물메기탕을 취급하는 식당이 없었다. 군산에 살면서도 무슨 생선이냐고 되묻는 주부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은 달라졌다. 물메기탕 전문 식당들이 예약해야 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계속)

 

출처: <군산항에 얽힌 이야기들>(2017 군산문화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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