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은 치아에 좋은 거예요?”
진료실에서 진료를 하며 환자분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질문 중에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칫솔질 못 하는 상황일 때는 껌을 씹으면 되나요?” “껌을 씹는 게 치아 건강에 좋은가요?” “칫솔질 대신에 구강세정제 사용해도 될까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도 평소에 궁금해 하시던 것일 겁니다. 껌이 치아를 깨끗하게 씻어내는 효과가 있을 것 같지만, 껌을 씹는 과정에서 치아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효과는 아주 조금 있습니다. 그것도 어금니에 한정되고, 어금니의 씹는 면만 청소가 조금되겠습니다. 앞니는 청소가 안 되고, 어금니의 옆면과 인접면(옆에 치아와 닿는 면)은 청소가 전혀 되지 않습니다. 껌을 씹는 것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칫솔질 대용으로의 효과가 아니라, 입안이 깨끗해졌을 것이라는 나 스스로의 심리적 만족감이라 하겠습니다.
이제 껌의 나쁜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치아는 평생 동안 음식을 씹는 과정에 조금씩 닳게 됩니다. 영구치가 대략 10살에 나와서 죽을 때까지 사용해야 하니까, 80년 정도 씹는 일을 한다면 80년 동안 조금씩 조금씩 닳게 되는 것이지요. 충치가 생기거나, 치주질환이 생기지 않아도 80년 동안 치아 마모가 진행되면 다 닳아서 얼마 안 남을 것입니다. 사실, 불과 150년(150만년이 아니라) 전만 해도 인류의 평균 수명은 40세 정도 이었습니다. 40세 수명에 맞게 우리 몸의 무릎과 척추(퇴행성 관절질환이 진행됩니다.), 눈(노안이 진행되지요.), 소화기관(소화 및 흡수 기능이 떨어집니다.) 등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원래 계획은 40년 사용으로 예상해서 만들어 놨는데, 인류의 수명이 길어져 사용연한을 넘겨서 쓰다 보니까, 자꾸만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치아도 40년 정도 사용하기에 적절하게 설계되었는데 60년, 80년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80년 동안 잘 써먹으려면 충치와 치주질환이 생기지 않게 관리를 잘 하는 것도 필요함과 동시에 어금니가 마모되는 상황도 줄여주어야 합니다. 식사 이외에 치아를 마모시킬 수 있는 행위 중 제일 대표적인 것이 껌입니다. 아주 가끔 상쾌한 기분, 심리적 만족감을 위해서 껌을 씹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껌을 자주 씹는 것은 백해일익(^^) 정도의 행위입니다.
껌에는 상쾌한 맛과 달콤한 향을 내는 화학 성분이 첨가되어 있고, 단 맛을 내기위해 설탕 또는 인공감미료가 들어있습니다. 설탕이 들어있는 껌은 충치와 치주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에 절대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겠지요. 여러 가지 인공감미료 즉, 여러 화학 성분이 들어있는 걸 씹고 빨아먹고 하는 것이 우리 몸에 좋을 리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과학적 기준으로는 인체에 무해한 화학 성분이겠지만요.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껌에 함유된 화학 물질이 우리 몸에 좋을 리 없으니 자주 씹는 것은 건강에 나쁘다 이겠습니다. 단맛을 내지만 충치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천연성분이 있습니다. 바로 자일리톨이지요. 자일리톨 껌도 있고, 자일리톨 사탕, 캬라멜 등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치아 건강에 한정해서 말씀드리자면, 자일리톨은 충치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행되고 있는 충치를 멈추게 하거나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는 없습니다. 말이 좀 복잡하지요. 안 일으키는 거나, 예방하는 거나 거기서 거기 같기도 하고요. 자일리톨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구강 세정제에 대한 말씀은 다음 달에 이어서 진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