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blacklist)와 적폐청산
블랙리스트(blacklist)는 경계를 요하는 사람들의 목록이다. 이와 반대로 화이트리스트는 허용되거나 권한이 있는, 식별된 실체들을 모아놓은 목록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文化藝術界 Black List)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야당 후보인 문재인이나 박원순을 지지한 예술인과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를 하거나 시국선언을 한 문화예술인에 대해 정부의 지원을 끊거나 검열 및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비밀리에 작성한 것이다. 블랙리스트에는 9,473명의 명단이 올라와 있으며, 특검의 조사 과정 중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직권남용죄)로 구속 기소되었다.
그리고 최근 박근혜 블랙리스트보다 더 큰 문제로 드러난 것이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다. 이 블랙리스트는 국정원이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만들고, 정부를 비판한 성향의 문화, 예술계 연예인을 대거 퇴출시켰다는 점 그리고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는 그 대상자가 9,473명이라는 점에서 가히 압도적임에도 정교하지 못한 측면이 있던 반면, MB 블랙리스트는 계획·전략수립 단계에서의 꼼꼼한 준비, 실제 실행에서 보여준 집요함, 국가기관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행태까지 모든 단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연예인 김미화씨의 증언과 배우 문성근 씨의 증언,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소까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국정원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소셜미디어를 동원한 종북 몰이와 어버이연합 동원시위 주도 등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보다 더 높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드러난 또 하나의 블랙리스트, 바로 삼권분립의 최후의 보루인 법관의 블랙리스트다. 언론에 따르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올해 3월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 행사를 방해했다는 의혹과 함께 제기됐다. 대법원은 진상조사를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은 인정했지만, 블랙리스트 존재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블랙리스트 의혹을 규명해달라는 법관들의 추가 조사 요구를 거부했었다. 9월 25일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금 당장 급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 라고 하면서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야말로 전 분야 블랙리스트와 적폐청산이 화두가 된 시절이다. 적폐청산은 적폐(積弊)와 청산(淸算)의 합성어로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을 깨끗이 해결하여 씻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19대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실현하기 위한 국정목표, 즉 ‘국민주권의 촛불민주주의의 실현’과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 그리고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 등의 목표가 하나씩 하나씩 그 결실을 맺기 위한 전제 사업이 바로 ‘적폐청산’ 사업이 아닌가 한다.
적폐청산과 함께 사람이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는 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으로 사는 사람 바로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것이 이 정부에 바라는 커다란 바람이다.
언젠가 걷히고야 말 먹구름 같은 낡은 잘 못을 거두고,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10월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