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득호도(難得糊塗)
청나라 때 유명한 서화가인 정판교(鄭板橋, 판교는 호이고 이름은 섭燮)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시ㆍ서ㆍ화에 능해 삼절로 이름도 높았다고 하며, 그가 쓴 “난득호도(難得糊塗)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가훈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난득호도(難得糊塗)
총명난 호도난(聰明難 糊塗難)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습니다.
유총명이전입 호도경난(由聰明而轉入 糊塗更難)
총명하면서 어리석어 보이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방일착 퇴일보 당하심안(放一着 退一步 當下心安)
집착을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서면 마음이 편해지니
비도후래 복보야(非圖後來福報也)
원하지 않아도 나중에 복으로서 보답이 올 것입니다.
즉, 난득호도는 '총명하기는 어렵고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어 보이기는 더욱 어렵다.'는 말을 의미하는데, 역설적으로 보면 이렇게 어려운 만큼 학식이 뛰어나면서도 실력을 감추고 자신을 낮춰 어리석은 듯 행동하는 사람이 인품이 높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로부터 모두 4천 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이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한 고 노회찬 의원, 우리시대 진보의 파수꾼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늘 서민적인 언어로 통쾌하게 현안을 비판한 서민 정치인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어찌되었든 그가 4천 만원이라는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노회찬이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견지 해왔던 삶의 길에 잘못된 한 번의 선택에 대한 댓가로 막바로 목숨을 택한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로남불’하는 시대에 오직 자기스스로의 잣대만을 엄격하게 적용하고자 했던 순수한 의지에 감사드리며, 향후 정치인들의 그 어떤 부도덕한 행위에 일벌백계(一罰百戒) 해야 한다는 국민적 과제를 안겨주기 위해 선택한 댓가인지도 모른다.
난득호도의 자세로 자신의 총명함을 감추고 늘 낮은 자세로 세상을 살기가 쉽지 않고, 늘 논리정연하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정치현실을 비평하며, 늘 우리 곁에서 올 곧은 목소리를 내려 애 쓴 한사람이 우리 곁을 떠나감에 안타까움이 너무 너무 크다.
고 노회찬의원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