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오고 나뭇잎이 물들어 가면 왠지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늦은 점심을 하고, 사람들이 떠난 해변은 외롭겠지 하는 부질없는 생각에 대천 바다를 향해 춘장대, 무창포를 건성으로 돌아보고 대천으로 줄달음쳤다.
오라는 사람도 없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곳에 왜 그리 서둘러 왔는지 허무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그리 멀지않은 바다는 잔잔한 파도와 여름 동안의 온갖
시름을 씻어낸 듯 맑고 파랗게 제 모습을 찾아가는 듯했다. 나를 태우고 먼 길 오느라 힘들었을 내 친구 6569를 조용한 곳에 쉬게 하고 바닷가에 가보니 차 속에서 보이던 파도가 아닌 무엇인가 호소하고픈, 절규하듯 밀려왔다 바위를 때리고 하얗게 부서져 힘없이 밀려간다.
조용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밀려온다.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을 것 같은 “하늘아래”커피숍이 눈에 들어왔다.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그저 흔한 동네 2층집이다.
바로 옆에 그럴듯한 현대식 이름표를 달고 있는 커피숍이 있는데 무슨 사연이 있어 어울리지 않는 이름표를 힘겹게 달고 있는지 호기심에 불편한 다리를 달래가며 “하늘아래”를 향해 올라갔다. 널찍한 홀 안에 주인아주머니 혼자 졸고 있다.
바다를 보기가 좋을 것 같은 자리에 앉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파도가 외롭게 밀려온다. 물결 따라 춤을 추듯 홀로 떠 있는 빨강 보트가
쓸쓸 해 보인다. 하늘에 오르다 치쳐 멈춰 있는 “하늘아래”도 외로울 듯하다.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줄기도 나도 외롭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빗소리에 바닷가의 모든 것이 조금씩조금씩 적막해 간다.
그렇게 9월의 하루도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