都論鄕說(7)
러시아 월드컵의 독일 전은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세계 랭킹1위의 축구 강국 독일에 맞서 57위의 축구 변방 한국이 이길 확률은 1%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아니더라도 사실 우리는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너, 나 할 것 없이 다 알고 있는 일로서 과연 몇 골을 먹느냐가 관심사였을 정도였다. 그런 독일을 한국이 이겼다. 그것도 두 골이나 넣은 승리여서 우리도 놀랐고 세계도 경악했다. 차마 믿기지 않는 이런 이변을 보며 필자가 느낀 게 있다. 이 엄청난 대 반전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것은 독일 측의 경적필패(輕敵必敗/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진다)가 무엇보다 큰 요인이겠으나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한국으로서는 그야말로 질 때 지더라도 맘껏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지막 처절한 배수(背水)의 진(陣)으로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 불현듯 지난 박근혜 보수정권을 무너뜨린 촛불시민혁명이 떠올랐다. 언론과 국정원을 비롯하여 검찰과 경찰, 군과 공무원 조직까지 나라를 죄다 장악하고 정권에 대한 비판목소리를 가차 없이 응징하며 강력한 지도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 정권이 시민들의 촛불 앞에서 맥없이 스러졌다. 그리고 나라가 바뀌고 있다. 축구의 절대 권력 독일을 무너뜨린 것도 우리 대한민국이다. 평소엔 순응하다가도 위기가 닥치면 가공할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에너지가 우리 안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순간이다. 독일 전 이후 미국의 모 라디오방송 앵커가 ‘절대 권력자였던 대통령도 끌어내리더니 세계1위 독일마저 끌어내린 한국이란 나라는 참 알다가도 모를 재미있는 나라’라는 멘트를 날리는 것을 보며 그나 나나 느끼는 것은 같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새삼 느끼는 게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망하게 되며, 자연계나 인간 세상이나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살아남는 다는 것을.
오성렬(主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