都論鄕說(6)
양심과 존경과 명예를 구축(驅逐)하는 권력과 돈.
최근 대한항공 사주 가족의 갑질 횡포가 연일 보도되면서 상식을 벗어난 그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가뜩이나 큰딸 조현아의 땅콩회항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터에 이번엔 둘째 딸의 음료수 컵 투척이 발단이 된 것이다. 이로써 그들 가족 전체의 갑질 횡포가 일파만파로 폭로되기 시작하고 급기야 소속 직원들마저 이를 규탄하고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로까지 번짐으로써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실 ‘가진 자’들의 갑질 횡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그 비상식과 무지함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게 중론으로서 터질 게 터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의 사례에서도 보듯 가지고 있는 권력과 돈이 아무리 넘쳐난다 한들 당사자의 인격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거니와 오히려 무소불위의 힘으로 약자를 짓밟음으로써 권력을 과시하고 우월적 쾌감을 느끼는 그 천박함에 분노를 넘어 인간적 안쓰러움마저 들 지경이다. 왜 경제적으로는 다들 잘 살게 되었다면서도 우리의 의식수준은 이 정도로 바닥일까. 물론 권력에 상응하는 사회적 규범과 책임을 다하며 존경을 받는 기업도 있겠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기업총수와 재력가를 비롯하여 정치인(국회의원)을 최고의 ‘갑’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밖에도 고용주와 직장상사, 서비스이용자, 기획사와 연예지망생 등을 꼽기도 한다. 반면에 ‘을’의 지위로는 비정규직(아르바이트), 하청업체(대행사), 콜센터직원, 아파트경비원, 청소용역업체직원 등을 꼽는다. 이러한 갑질 문화는 권력과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는 ‘유전무죄’ 의식에서 비롯할 것이고 정치인과 재벌가에서 가장 두드러진다는 응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문제는 앞으로도 그 정도가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는 것이다. 가진 권력과 재력으로 ‘을’들로부터 얼마든지 존경을 받을 수도 있으련만 그러기는 고사하고 어줍지 않은 위세로 증오를 넘어서 척결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서 ‘무엇을 하든 먼저 인간이 되라’고 했던 옛 선현의 가르침을 모를 리 없을 상류층의 그들이 어쩌다 이렇게 양심과 명예를 팔고 천박하게 타락해져만 가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오성렬(主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