都論鄕說(3)
미투(Me Too) / 위드유(With You)
최근 사회 각계의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설마 하는 집단에서조차 ‘미투(나도 겪었다)’를 고백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때를 기다린 사람도 많을 터이고 어쩌면 뒤가 켕겨 잠 못 이루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사실 성(性)과 관련된 추문은 어제 오늘 갑자기 드러난 문제도 아니고 오래 전부터 잠복해온 문제로서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성 문제는 대개 권력적 상,하 관계에서 벌어지는 사례가 많고 은밀히 이뤄지는 특성상 당사자의 주장 말고는 객관적 증거가 없기 마련이어서 아무리 피해자의 폭로가 있다 해도 명확한 조사가 쉽지 않고 응분의 처벌에 이르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피해자가 신상의 불이익을 당하고 인격적으로 매도당함으로써 울분을 속으로 삭여야만 되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 이번의 미투 동참 사례가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는 것에서 증명되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에 의해 촉발된 미투 사태는 대한민국 최고 권력기관이자 엘리트 집단인 검찰 내에서조차 성추행이 빈번했었다는 것에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문화예술계를 비롯하여 대기업, 학계, 교육계, 체육계 등 급기야 종교계까지 가히 전방위적인 미투 동참운동이 봇물을 이루거나 이룰 태세로 보인다. 혹자는 그 정도 일들은 남성 주도의 권위적 사회에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이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일로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말하기도 한다. 특히 도덕성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계는 순종이 요구되는 집단 특성상 폭로가 쉽지 않은데다가 유죄가 선고되어도 가해자의 종교 활동에 별 제약이 뒤따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만 망신당하기 십상이어서 입을 닫고 있을 뿐 앞으로 미투 운동이 거세지면 그 어떤 집단보다 많은 사례가 들춰질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문화예술계를 필두로 제발이 저린
일부 인사는 자진해서 피해자에게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한다는 커밍아웃 헤프닝도 벌어지는 지경인데 물론 자진 사과했다 해서 어물쩍 죄가 덮여지는 건 아니어서 피해자 측의 공분을 자초하고 있기도 하다. 여성계에서는 이제는 미투를 넘어서 ‘당신과 함께 하겠다’는 위드유(With You)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피해자 모두의 연대를 통한 사회 변혁을 주창하며 초등학교에서부터의 페미니즘 교육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고, 정부도 전국 4,700여 개에 이르는 모든 국가기관의 실태조사를 벌일 예정이라는 보도도 있다. 다만 미투 운동에서 가해자를 실명으로 특정했을 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와 충돌하는 모순이 있어 이 조항의 폐지 여부가 향후 국회의 과제로 남고 있는데 국회 역시 보좌관들 사이에서 미투 동참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오성렬(主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