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가 시집가는 날
두리실 명주 중요 무형문화재 87호 기능보유자 고 조옥이 할머니
근대에 이르기까지 신부의 혼수품 중 중요한 것이 옷감과 신부의 사계절용 저고리였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모든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에 특히 명주 저고리는 서민들에게 귀한 혼수였다.
명주는 현재는 무형문화재 87호로 지정되어 겨우 명맥을 이어나가는 수준이나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시골에서는 명주실을 얻기 위해 누에치는 집이 많이 있었다.
어린 시절 전라도 장성의 할머니 댁에 가면 솜씨 좋은 할머니와 쪽진 머리의 큰어머니가 베틀에 앉아 명주를 짜셨다. 누에가 사는 잠실에서 잘라치면 사각사각 하며 뽕잎을 먹는 소리가 나고 기어 내려올까 무서워서 제대로 잠도 못 잤지만 고치속의 번데기는 신기했다.
오랜 세월동안 어머니들은 직접 목화를 심고 누에를 키웠다. 실을 만들어 옷감을 짜고 물들여 옷을 지어 가족에게 입히고 자식의 혼수를 했다. 혼례 때 신부 집에 보내는 함속에는 평생을 간직할 사주와 혼서지를 보통 명주 보자기로 싸서 넣었다. 예단으로 넣는 청홍 채단은 청홍색으로 물들인 명주실 타래를 동심결로 묶어서 담았다. 이 청홍 명주실은 아기가 돌이 되면 장수를 비는 마음으로 돌잡이로 상에 올려졌다. 입는 이를 섬기고 위하는 마음으로 지극한 정성을 담아 짠 명주옷감은 시아버지의 두루마기와 시어머니의 치마가 되기도 하고 태어난 지 백일이 된 아이의 저고리가 되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은 희망은 누구나 가지고 결혼을 한다.
혼수 문화가 많이 바뀌어 베를 짜서 옷감을 혼수로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금은 자동차나 아파트, 값비싼 패물과 고급 가전제품, 명품 예단들이 좋은 혼수라고 생각 하는 사람들이 있다.
씨실과 날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엮어 짜놓은 상태를 조직이라고 한다. 때로는 여러 가지 색의 실을 섞어서 무늬를 넣어서 짜기도 한다. 우리는 혼인을 통해 가족을 구성하고 가족은 하나의 조직이 된다. 가정이라는 조직을 짤 때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넣어서 짜야 행복한 가정이 될까?
우리의 어머니들이 가족을 위해 지극한 정성을 담아 베를 짜던 그 마음을 헤아려 넣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