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의 잔치 예(禮)다(茶)락(樂)
옛날 조선시대에는 국가의 주요 제도를 유교적으로 개편하면서 혼례도 주자가례에 의한 육례의 예에 따랐다. 주자가례에 따른 친영제도는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기러기를 전하는 전안 례만 드리고 신부를 신랑 집에 데리고 와서 혼례를 행하는 남자 집안 중심의 혼례인데 왕가나 일부 귀족에 국한 되었다. 일반 서민들은 상고시대부터 근대까지 여자의 집에서 혼례를 올리는 풍습이 이어져왔다. ‘장가를 간다는’ 말이 이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신방을 치른 뒤에 신부는 처가에 있고 신랑 혼자 집에 갔다가 신부 집에 오는 재행걸음을 몇 차례 한 뒤 신랑 집에서 같이 살기위해 들어가는 것을 신행 혹은 우귀라 한다. 집안 처지와 풍습에 따라 신랑과 함께 처가에서 해를 묶거나 달을 묶기도 하고 ‘삼일신행’, 당일 우귀례를 하기도 한다. ‘시집을 간다는’ 말은 이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1960년대 상영 되었던 김승호, 최은희 주연의 영화 ‘로맨스 빠빠’에서 사위인 김진규가 처가의 집에서 지내는 장면이 나오는걸 보면 현대까지도 달을 묶는 신행의 풍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길쌈을 하며 시집에 가져갈 혼수를 장만하기도 했다. 시부모에게 드릴 폐백을 마련하여 신부가 신행 오는 날 신랑 집에서는 잔치가 벌어지는데 일가친척과 마을 사람들은 콩나물 한 시루, 두부 한판, 계란 몇 꾸러미 혹은 쌀이나 감주 한 동이씩을 부조 하고 일을 도왔다.
조선 후기로 가면서 유교적 풍습에 따라 처가살이의 기간이 짧아지면서 처가의 규범과 풍습은 내훈이라는 형식으로 친정어머니에 의해 시집을 가는 딸에게 전해진다.
의례중 혼인의 예(禮)는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절차이다. 예전처럼 주자가례에 의한 육례나 사례의 예를 갖출 필요는 없으나 전통혼례에 담긴 공경 심과 상대에 대해 배려의 마음을 담은 형식을 갖춘 예절은 계승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우리 선조들의 혼인의 잔치는 또 얼마나 소박하고 낭만 적인가,
현재 전체 가구수의 27% 인 1인 가구 500만 시대에 웨딩 트렌드는 스몰 웨딩이다.
유명 연예인들이 최근에 밀밭, 카페, 여행지에서 소규모로 결혼식을 올리며 절약한 비용을 때로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기부하는 등의 공유경제 활동이 청년 세대에 새로운 선망을 주었다.
부모의 도움 없이 저렴하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둘만의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작은 결혼식에서
신랑과 신부가 공경과 사랑의 언어를 담아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정의한 내훈을 같이 만들어 보면 어떨까?
밥만 먹는 피로연 보다는 혼인의 잔치가 축하를 해주는 이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누는 소통과 공감의 파티이면 어떨까.?
혼인의 예가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청춘 남녀에게 순서와 역할의 차이는 있지만 높낮이는 없는 평등한 가정을 만드는 즐겁고 아름다운 편안한 예절이면 좋겠다,
전통혼례를 재해석해서 의미와 재미를 담은 프리웨딩, 예다락(禮茶樂)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