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이의 혼인이야기
1930년대 일본 제국주의 에 의해 강요된 식민지 근대화는 조선민중을 끊임없이 도탄과 고통에 빠뜨린다. 전통의 질서가 해체되고 식민 자본주의가 자리 잡기 시작한 시대에 윤리와 도덕은 무너지고 욕망은 인간성마저 돈으로 사고팔기에 이른다.
이시기 식민지 수탈의 거점 이며 시대적 모순이 극명한 군산을 배경으로 채만식의 소설 「탁류」 가 쓰여졌다.
탁류의 등장인물에는 당시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미두장의 투기꾼 정주사의 딸 초봉 이는 신식교육을 받았고 주변에서 탐내는 예쁜 신부 감이다. 의사를 꿈꾸는 가난한 승재를 좋아하지만 가족을 위해 아버지 정주사의 노름빚에 고태수에게 혼인을 빙자해 팔려가다시피 한다. 고태수는 유부녀와 바람을 피우다 초봉이를 탐내던 형보의 계략으로 죽게 되고 임신한 채 혼자가 된 초봉이는 살기 위해 한약방을 하는 박재호의 첩으로 들어간다. 남편 고태수, 강제로 겁탈한 형보, 한약방 박재호 셋 중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를 딸을 낳았지만 딸 송이를 학대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형보를 결국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된다.
소설속의 초봉이는 식민지 국가의 민중으로, 정주사는 무능한 나라 조선으로, 초봉이를 몰락시키고 끝없이 괴롭히는 형보는 일본, 부도덕한 고태수와 박재호는 당시 조선을 둘러싼 열강을 암시하듯 묘사되어있다.
동생 계봉은 활달하고 건강하며 자기의 삶을 스스로 개척 해 나가고자 하는 자유의지가 있고 역사의식과 실천의지가 있는 신여성이다.
남승재는 가난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무조건 돕고 보는 인물이다.
세월이 흘러 탁류의 등장인물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는 것일까? 19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도시에 공장이 세워지고 농촌의 초봉이는 신발공장이나 봉제공장에서 수출 100만 불 시대 산업화의 역군이 되고 일본이 떠난 자리에 미군들이 들어온 영화동의 제니가 된다. 동일방직, YH, 평화시장에서 계봉이는 투사가 되고 그들을 돕는 청년학생들은 남승재의 모습을 하고 있다.
21C 신자본주의 시대 초봉이의 후예들은 삼성의 수억 짜리 말을 타는 대신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PC방에서 알바를 하며 바늘구멍 너머 취업의 문을 두드린다.
그들은 오늘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원숭이들만 올라갈 수 있는 나무에 1등으로 오른 천재들은 수많은 공시 족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되어 민중을 개돼지로 부르며 국정을 농단해 왔고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탁류가 흐르고 있다.
현재 군산의 근대문화역사지구에 탁류길이 있는데 소설 「탁류」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다.
지난해 ‘초봉이의 혼인이야기’ 〈탁류길 로드쇼〉를 6회에 걸쳐 진행하였다.
초봉이를 ‘모던걸’이라는 캐릭터로 재탄생 시켜 신 한복 웨딩드레스를 입히고 신한복을 입은 들러리들과 함께 근대역사박물관에서 탁류 길을 지나 동국사 까지 가면서 히로스 가옥앞 프리마켓에서 놀기도 하고 이성당 앞에서 음악에 맞추어 단체로 플레시몹도 하고 안젤라 분식에서 떡볶기와 잡채도 먹고 초원사진관 앞에서 관광객들과 사진도 찍었다
신랑∙신부 모델은 군산지역의 대학생들이 맡고, 들러리들은 중 고등학생들이 참여했다.
참여한 학생들은 의미보다 재미가 앞서 있지만 나는 이들에게서 군산 문화관광의 미래를 기대한다. 이들과 함께 만드는 ‘모던걸 웨딩스토리’가 군산에서만 볼 수 있는 진정성 있고 독특한 문화관광 콘텐츠가 되기를 꿈꾸며,
오늘도 칼바람 부는 겨울밤 내 마음의 광장에 촛불을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