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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대곤 소설 '비열한 동행'
글 : 매거진군산 /
2016.09.01 15:01:21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그 말에 화답이라도 하듯 밀가루 파동이 오고 말았다. 수입밀가루가 쏟아지면서 병구의 창고에 가득 쌓아둔 국산 밀가루가 똥값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럼 그렇지. 남의 것을 훔친 놈이 잘사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돼지 했는데 이게 무슨 조화속인가 이번에는 양조법이 바뀐 것이다. 수입밀가루는 모두 양조장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국산 밀가루의 품귀가 일어났다. 버리지 못해 창고에 싸놓았던 밀가루가 뒤집혀 황금가루로 변해 버린 것이다. 부르는 게 값이었다. 거래처고 나발이고 다 무시하고 선금 받으면서 배급 주듯 나누어주었다. 창고에서 썩어버릴  국산 밀가루 덕분에 업계에서 일약 큰손으로 부상을 하게 되었다.  

    국수 공장이나 제과점에서는 또 언제 올지 모른 파동을 위해서 너도 나도 병구와 거래를 맺고 싶어 했다. 선 수표까지 끊어서 맡기는 사람까지 있었다. 거짓말처럼 돈이 불어났다. 유곽 시장에서 현금이 제일 많다고 소문이 났다. 시장사람들이 돈을 빌려달라고 아부를 하기 시작했다. 재미삼아 딸라 이자를 달라고 했다. 

   한데 이게 무슨 일인가? 딸라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자 날짜가 되기 무섭게 이자에 갈비짝까지 사들고 왔다. 기일을 연장하고 또 연장으로 끝이 없었다. 이자 맛을 보고 나니 밀가루 장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지고 말았다. 현금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일수 돈놀이를 시작한 것이다. 완전히 땅 집고 헤엄치기였다. 돈 쓸 사람은 천지이고 이자 돈의 수입은 밀가루 장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많았다.  

    아예 밀가루 장사를 치워버렸다. 본업을 바꾼 것이다. 이자에 이자를  붙이고 밥도 이자로 먹었다. 심부름꾼 오영감만 해도 해도 그렇다 벌써 십년 째 숙식비를 해결해 준다는 명목으로 월급도 없이 부려먹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어려서부터 함께 살았다는 인연보다는 십년 전 일수 돈 백만 원을 쓴 것이 유죄였다. 

   오영감 또한 시장에서 병구와 같이 배달로 잡일로 평생을 살았다. 무엇 때문에 백만 원이라는 거금을 썼는지 모르지만 배달해서 번 돈으로는 이자를 제날짜에 갚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이자에 이자가 붙다보니 원금만  더 늘어나 버렸다. 빚을 모두 갚을 때까지 몸을 담보로 사무실 청소와 함께 잔심부름을 몸으로 때우고 있는 것이다.  

    영감의 얼굴이나 하는 짓을 보아서는 분명 병구에 대한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시치미를 떼는 것을 보면 그에게도 분명 무슨 비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두 사람을 의심하해본적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오전 열시 번영회 사무실로 손님이 찾아왔다. 그러고 보면 번영회로 손님이 찾아 온 것도 오랜만이다. 오영감이 검정 양복으로 정장을 한 젊은이 둘과 나이 먹은 중년 사내를 안내 해서 들어왔다.  

   “누구?”

   강병구가 뜨악한 얼굴로 물었다.

   “곤니찌와?(안녕하세요)”

   얼마 만에 들어보는 억양인가? 강병구가 화들짝 놀라서 쇼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다구시 하시모도데스. (내 이름은 하시 모도요)”

   관광객을 앞세우고 들어온 가이드가 통역을 해주었다.  

   “일본 관광객이 어찌 우리 사무실을?”

   “회장님이 붙인 현수막 때문인 모양입니다.”

   “그래?”

   “번영회와 상의 할 일이 있답니다.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온 검정 양복을 입은 일본의 젊은 관광객들이 거칠게 쇼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본 야꾸자인 것 같습니다.”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보는 회장님 귀에 대고 오영감이 다가가 소근 거렸다.

    “엉!”

    “유곽골 시장 번영회가 맞스무니까?”

    이번에는 서툰 한국말이었다.  

    “옛날에는 그렇게 불렀었지요.”

    “하지메 마쓰떼(처음 뵙겠습니다)

    관광객이 익힌 한국말이고 보면 서툴 건 분명하겠지만 어색해도 너무 어색하다.  

    “무궁화.”   

    방안을 두리번거리던 젊은 관광객이 불쑥 네 뱉은 소리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건 보통 관광객이 아니다. 무궁화는 오직 병구 혼자서 알고 있는 비밀의 암호다. 처음 보는 젊은이가 무궁화를 뇌까리고 있다니 갑자기 두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또 다른 젊은 관광객이 주머니에서 빛바랜 종이 한 장을 꺼 내들었다. 

   “혹시노 이집을 아시무니까?”

   일본식 목조 건물이었다. 사각으로 판자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고 기와로 올라간 지붕이 낮 설지 않다. 희미하게 문패도 붙어 있었는 데 자세히 보니  문패는 분명 ‘金山一郞’ 분명 가내야마 이찌로였다. 

   “당신들 누구야?” 

   “일본이노 가내야마 상이 보냈스무니다.”

   가슴이 벌렁대다 못해서 정신이 아찔해 지고 있었다. 평생을 기다린 것이 이렇게 쉽게 눈앞에 나타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어? 여기가 낙원 한정식 아닙니까?”

   고개 너머로 기웃거리던 오영감이 중얼거렸다.

   “이럴 것이 아니라 우리 자리를 옮깁시다.”

   병구는 시간을 얻고 싶었다. 이 사람들이 누구이며 무궁화를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좀 더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디로 모실 갑쇼?”

   또 영감이 나섰다. 

  “홍차와 국화로 가자고.”

  복원된 월명동 일본인 거리에는 일본식 숙소에 음식점 그리고 우체국까지 모두 완벽하게 제현이 되어있다. 그 일본인 거리에 한국 전통찻집 ‘홍차와 국화’가 있다. 일본 문화 속에 한국 전통찻집이고 보면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흥미로울 것은 당연지사 일 것이다. 병구는 지금 찾아온 일본인들에게 환심을 사고 싶은 것이다.

  “찻집은 점심을 먼저 먹고 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오 영감이 나섰다.

  “아예 낙원으로 가시지요.”

  허둥대는 병구가 오늘 따라 오 영감의 말을 고분고분 듣고 있다. 아마도 갈피를 잡지 못해서 일 것이다. 낙원은 일본인거리에 있는 한국 한정식 식당이다. 일본에서 온 관광객이라면 당연히 한국음식을 즐기려고 할 것이다. 더구나 좀 전에 그림에서 본집과 거의 흡사한 건물이다. 영문을 모르는 일본인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어정쩡하게 따라 나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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