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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대곤 소설집 '퍼즐' 비열한 동행(9)
글 : 이진우 /
2016.07.01 14:30:23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가내야마로도 불리는 병구는 오전 9시면 어김없이 출근을 한다. 오영감과 박 비서는 한시간전에 나와서 청소를 하고 회장님이 좋아하는 아메리카노 커피에 스포츠 신문 그리고 차는 눈에 좋다는 결명자를 뜨겁지도 차지도 않게 맞추어놓고 대기를 해야 한다.

오늘은 개천절이다. 하루쯤 집에서 쉴 만도 한데 소용없는 일이다. 정각 9시에 병구가 계단에 발을 올려놓았다. 박 비서가 득달같이 커피 잔을 받들어 들고 달려왔다.

무궁화.”

오영감이 아침 인사를 올렸다.

독도는 우리 땅.”

독도로 바꿉니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영감에게 반말 지껄이다.

꿈에 독도를 보았다.”

회장님 소원 성취 하시려나 봅니다.”

영감이 손을 비비며 아부를 하고 있었다.

니가 내 소원을 알아?”

무궁화 아닙니까?”

뭘 알아?”

참새가 봉황의 뜻을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꿈에 독도가 보였다면 오래 잃어버렸던 것을 찾는 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니가 꿈 해몽 할 줄 아냐?”

들은풍월 이지요.”

병구의 얼굴이 환해지고 있었다.

점심이라도?”

돈 있어?”

어제 일 좀 했습니다.”

월급도 없는 직원에게 점심을 얻어먹겠단다. 어김없이 비싼 집으로 가자고 할 것이다.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비칠거리면서 뒷걸음으로 물러나가는 영감의 등에 대고 병구가 코털 하나를 뽑아서 후하고 불었다. 기분이 좋을 때 하는 버릇이다.

더러분 새끼.”

이게 무슨 소리인가? 조금 전에 병구 면전애서 아부하던 영감이 아니었다. 문을 뒤로 닫고 나온 영감의 주름진 얼굴에 허옇게 뒤집은 눈알을 부릅뜨면서 두 손을 꼬아 감자떡을 먹였다.

독도 좋아 하고 있네. 아나? 무궁화.”

무궁화니 독도가 도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평생을 함께 살아온 영감이 병구에 대해서는 분명 알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함께 어울려서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일 것이다.

잘 처먹고 잘살아라.”

영감이 방문 뒤에서 자신에게 욕하는지도 모르고 병구는 느긋하게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생각하면서 결명자차를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오늘따라 알맞게 데워진 차가 입안에 향기를 준다.

가내야마, 그러니까 김병구는 재벌로 통한다. 낡았지만 자칭 빌딩이라고 주장하는 이층 건물도 있고 노점상들에게 깔아놓은 돈도 얼추 몇 억은 쯤은 된다는 소문이다.

자칭회장이라고 거드름을 피우고 돌아다닐 만하다. 그렇다고 시장사람이 회장으로 대우 해주는 것도 아니다. 눈길만 비켜서도 비웃는다.

전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회장이라고 거드름이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 안에 있는 만복상회에서 배달을 꾼으로 잔심부름이나 하던 인간이었다. 그마저 미운털이 박혀 떨려나가지 않으려고 죽을 뚱 살 뚱 일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복이라고 주인이 분수를 모르고 시의원이 되겠다고 정치판을 쫓아다니더니 결국 만복상회조차 부도가 나고 말았다. 한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엉뚱하게 배달원 병구가 만복상회를 일으켜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주인을 대신해서 빚쟁이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내가 대신 벌어서 빚을 갚겠다. 나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

정확하게 말을 한다면 병구가 만복상회 빚을 모두 떠안고 가계를 인수 하겠다는 것이다. 채권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몽땅 포기해야 할 판에 몇 푼이라도 건질 수 있다면 병구에게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만복상회가 하루아침에 병구밀가루로 간판이 바뀌었다. 배달원이 사장으로 올라앉은 것이다.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는다고 병구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세상인심은 언제나 변하게 되어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돈을 먼저 받겠다는 희망으로 오히려 병구에게 붙어 아부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장사가 잘되어야 돈을 받을 수 있다고 너나없이 밀가루라면 한주먹이라도 더 팔아주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덕분에 가계는 번창했다. 한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 모퉁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병구가 아주 나뿐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만복상회의 부도자체가 병구가 계획한 음모였다는 것이다.

미친놈들.”

소문이 어디서부터 흘러나왔는지는 몰라도 제법 근거 있게 떠돌아다니고 있었지만 병구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진실은 오직 병구만이 알고 있을 뿐 만복상회 사장이었던 박 사장과 그리고 그의 마누라 오경자 까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진실을 파 해치려는 사람도 없었다. 설령 소문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제 와서 병구밀가루의 주인이 바뀔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족보를 만들어 어엿한 김병구라는 이름을 으로 번영회 회장직함까지 갖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병구의 출생내역을 모른다. 부모가 누군지 아니 한국 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 조차 모른다. 병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번영회 사무실에 있는 영감뿐인데 어쩐 일인지 영감조차 쪽발이 새끼라고 비웃을 뿐 까발리지를 않는다.

출생지도 모른다. 족보도 없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흘러들어 왔는지는 본인도 모른다. 기억이 나는 것은 해방이 되기 전해에 열 살일 때 일본인 유곽의 여주인 애이꼬의 몸종으로 와 있었다. 사람들은 일본인이 창녀와 어우러져 까질러놓은 종자라고 비웃었다.

어려서 이름은 그냥 가내야마였고 커서는 별명이 쪽발이였다. 철이 들어서도 아는 것이라고는 어줍지 않은 일본말 몇마다에 술만 마시면 흥얼거리는 일본노래 몇 줄이었다. 하는 짓도 영락없는 쪽발이였다. 그 후 해방이 되고 어떻게 한 것인지 호적을 들추어보면 1945년 군산 명산동 178번지로 출생신고가 되어 있다. 덕분에 십년이나 젊게 호적에 등제가 된 것이다.

병구에게는 유곽시장이 출생지다. 그리고 고향인 셈이다. 병구가 시장을 떠나서 산 것은 딱 3년 군대 갔을 때뿐이다. 제대하고 곧바로 돌아와 취직이라고 한 것이 시장 안에 있는 밀가루 대리점 만복상회였던 것이다. 혼자 몸뚱이로 믿을 것이라고는 오직 튼튼한 두 다리에 힘꼴이나 쓰는 것뿐이어서 죽어라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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