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쑤의 Culture 테이블
“주민사업체 행복하지 않으면 문 닫습니다.”
문체부 · 군산시 등 재생지구 주민대상 주민 공모 사업 ‘풍성’
무늬만 주민사업체는 ‘씁쓸’… 진정성 있는 주민 주도 ‘바람직’
대전의 원 도심에 ‘산호여인숙’이라는 게스트하우스는 그야말로 30대 청년 두 명이 여행지에서 만나 차린 사업체였다. 두 사람은 여행지에서의 풍미는 같이 숙박을 하는 여행자들이 모여 새로운 경험을 나누는 즐거움이라고 판단, 한국에도 이러한 형태의 숙박시설이 있었음 하고 희망을 갖다가 자신들이 스스로 게스트 하우스를 차렸던 것이다. 그들은 각지 여행지에서 모은 소품으로 분위기를 꾸미고 청년들의 강점인 인터넷을 활용한 홍보 등으로 많은 외지인이 찾아가는 숙박시설을 만들어 침체일로에 있던 대전의 원 도심으로 활성화하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얼마 전 산호 여인숙의 주인장들은 사업체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숙박과 관련 없는 구경꾼들이 산호여인숙으로 몰려와 오히려 손님들의 사생활을 침범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폐업을 결정한 이유는 오직 하나 ‘자신과 자신의 손님이 행복하지 않은 사업체는 하기싫다’는 것이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주민사업체였고, 나름 성공했던 가게를 시와 각 언론은 그들의 조그마한 성공을 지역 활성화를 위한 홍보의 도구로 활용만 했지 그들의 입장은 전혀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결국 잘 나가던 주민사업체를 자의반타의반으로 문을 닫게 한 결과로 이어졌던 것이다.
현재 군산시 도시 재생 선도지구인 월명동에는 주민공모사업이 넘쳐난다. 최근에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관광두레사업단의 2016년 관공두레 군산시 주민사업체 발굴사업설명회를 지난달 21일 군산시도시재생센터에서 열었다. 주민 50여명은 새로운 형태의 컨설팅 지원 사업 설명회를 듣기위하여 시간을 내어 자리에 지켰고 ‘맞춤형주민주도사업’ 이라는 새로운 정부의 시도에 경험을 덧댄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그러나 한 편으론 주민들은 질문이 가득한 표정을 안고 돌아갔다. 그 후 불과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27일에도 같은 월명동 지역의 주민을 대상으로 도시 재생 선도 지역 주민공모사업이라는 군산시 공모사업 설명회가 있었다. 이때도 주민들은 의문을 안고 돌아갔다.
적어도 월명동 주민에게는 이 ‘주민주도’ 라는 형식의 공모사업은 익숙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많은 주민들은 이러한 관 발주가 진정한 주민주도일까를 질문하는 것이다.
물론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사업에는 주민과 주민을 연계하고 주민과 관을 연계하고 주민과 공공기관을 연계하는 그 중간쯤에서 일하는 공무원도 민간인도 아닌 활동가들이 있다. 그들은 적어도 공무원만의 마인드가 아닌 주민우선의 마인드를 지닌 기획가나 활동가들이지만 급여는 관에서 받는 형태로 결국은 관의 입장을 지원하는 일을 맡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즉 ‘주민주도’는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발주처의 입맛에 맞는 사업을 제안해야만 선정될 수 있다는, 엄밀히 말해 주민주도라고하기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민주도는 틀과 형식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주민의 상황이나 아이디어 혹은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군산시의 주민주도형 사업은 또 다른 대전의 ‘산호여인숙’이 나타나지 않도록 그들의 행복까지도 배려하는 공모사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글·그림 이화숙 <군산관광두레PD / 군산문화발전소 문화디렉터>